my book/essay

<에세이> 편석환 /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소글미 2023. 1. 12. 15:51

편석환(1967) 국립한국복지대학교 교수입니다. 학력은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 학사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광고홍보 석사를 졸업했습니다. 그 후 서강대학교에서 광고홍보 박사까지 이수하며 광고홍보학 교수님이 됐습니다.
졸업 후에는 한국광고학회 이사, 한국광고 PR실학회 편집위원 등 광고분야에서 꾸준히 일을 해오셨습니다. 시인이나 작가는 아니지만 책을 출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 그래서 더욱 읽기 쉽고 공감 가는 책들이 많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 또한 그랬습니다. 저는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다 보니 말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고, 연애를 할 때에나 친구들을 만나도 말을 하는 편에 속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서점에서 발견한 책이었습니다. 말을 하지 않는다면 어떤 느낌일까? 사람들이 묵언수행을 하는 이유는 뭘까? 궁금했습니다.
책의 저자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성대종양이라는 건강상의 이유로 말을 줄여야 했습니다.
말을 줄이자 생각이 많아졌고, 말을 하지 않으면서 일기, 메모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43일간의 묵언기간 동안 쓴 생각들을 정리한 책입니다.
묵언으로 얻은 단순한 삶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나는 오늘부터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의 기록


1일, 2일 그리고 43일의 마지막날까지 묵언을 하며 느낀 생각들을 잊지 않기 위해 적었다고 생각하면 되는 책입니다. 하루하루의 내용들은 짧지만 강하게 각인됩니다. 그중 이러한 내용이 있습니다.

‘휴식은 온전한 쉼이어야 하는데
요즘에는 쉬는 것도 열심히 한다.
마치 일하듯이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안 되면 짜증을 낸다.
그것은 쉼이 아니라 일의 연장이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쉬어야 진짜 쉬는 것이다.’
      - 책 p33

너무 제 자신을 들킨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주위에서 쉬는 법을 모르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태한 사람인 것 같고, 하루가 허무하게 끝난 것 같아서 더욱 기분이 안 좋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쉬는 날마저 무언가를 하다가 탈이 나는 날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몸에 무리가 가나 봅니다. 생각과 행동을 조금만 멈추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묵언을 수행하던 작가는 깨달았습니다. 타인과의 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에게 건네는 말’이라는 것을.
우리는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게 어색하고 어렵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면 하지 못하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써서 자신을 챙겨야 합니다. 오늘 하루 끝에 자신에게 말을 건네보시길 바랍니다.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 고 말입니다.

책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입을 닫으니 귀가 민감해집니다. 평소에 듣지 못했던 많은 소리들이 들립니다. 듣다 보면 우리 주변에 참 예쁜 소리들이 많았음을 느낍니다. 급하게 사는 것이 열심히 사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살면 좋겠습니다.
10분 뒤에 실행한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일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SNS 홍수 시대다. 무슨 할 얘기들이 그리 많은지…
….
관계의 폭은 넓어졌으나 관계의 깊이는 얕아졌다.

사람은 많은데 사람이 없다.’
      - 책 p103.

늘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SNS를 통해 시대에 발맞춰 가고 싶으면서도 사람들의 시간에 너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중독적인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남에게 보이는 것에 더욱 집중하고, 자랑하고, 손가락으로 말을 하는 시대입니다. 요즘은 SNS 소통으로 돈을 벌고, 일을 하며, 성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짧고 얕은 관계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유익한 정보들도 많지만 사실과 전혀 다른 근거 없는 내용들도 많습니다. 그런 것을 구분하고, 선택해서 받아들이는 능력도 길러야 할 것 같습니다.
선택과 생각의 힘을 기른 데에는 독서와 글쓰기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직장생활을 해야 하고, 아이들과 대화를 해야 하니 묵언은 어렵겠지만 말을 줄여야겠습니다. 말을 줄인 시간에 글을 더 자주 읽고 써야겠습니다.

문학을 전공한 작가가 아니어도, 누군가의 진정성 있는 글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런 글을 읽을 때면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강의를 하는 교수가 말을 하지 못하면 이런 생각들을 하는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는 날들이 많아지면 책 한 권이 되는구나.

저자는 묵언이 끝난 후에 목 상태가 좋아졌고, 많은 말들을 쏟아냅니다. 하지만 묵언을 하는 긴 시간 동안 말을 하지 않는 것에 익숙해졌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다음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묵언의 시간을 가져야겠다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어려움도 있겠지만 우리는 ‘말’ 이외에도 스킨십, 표정 등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저도 올해에는 불필요한 말들을 줄여보아야겠습니다. 말은 안 하는 것보다 뱉어놓고 나면 후회할 때가 더욱 많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