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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book/poem

<시집> 이정하 /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이정하 (1962) 시인
대구 토박이인 이정하 시인은 대건고등학교에 입학하여 문예동아리인 ‘태동기’에 가입하면서 문학활동을 했습니다. 그 후 원광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87년 경남신문과 대전일보 신촌문예에 시가 당선되면서 등단했습니다.
‘한 사람을 사랑했네’, ‘그대를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등 다양한 시집과 ‘우리 사는 동안에’,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등의 산문집도 출간했습니다.
2021년 격월간 시 전문잡지 <마음시>를 창간했습니다. 2달간 하루 한 편씩 60여 편의 시를 읽을 수 있도록 어렵지 않은 편안한 시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하루 3분만 시를 생각해도 인생이 행복해진다.‘ 는 발상에서 나온 편집 방식이라고 합니다.
저도 아직 읽어 본 적은 없지만, 22년 5-6월에 나온 6호가 가장 최근 잡지인 것 같습니다. (정보가 틀릴 경우 답글 달아주세요.)
꾸준한 작품활동과 강연으로 데뷔부터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입니다.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의 기록

(1. 너의 시간에 이르기까지)는 14개의 시, (2. 누가 와서 이 쓸쓸함을 지적해 다오)는 19개의 시, (3. 당신을 나의 이름으로 지명수배 한다)는 15개의 시, (4. 사랑은 보내는 자의 것)은 19개의 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의 내용과 정서는 대체로 이별입니다. 사랑으로 가슴 아파할 때 이 시집을 읽으면 그 아픈 마음이 위로가 될지, 더욱 슬퍼질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전자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이별은 누구나 아프고 힘든 것이니까 이 아픔 또한 더욱 깊게 아파하며 털어내자.’ 생각합니다.
정말 마음에 깊이 파고든 시들의 구절들을 적어보려 한합니다. 공감받고 위로받으며 이별을 치유하는 저 같은 사람이 또 있을 테니까요.

‘비를 맞으며 걷는 사람에겐 우산보다
함께 걸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것임을.
울고 있는 사람에겐 손수건 한 장보다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이
더욱 필요한 것임을.
그대를 만나고서부터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 시집 p.18 기대어 울 수 있는 한 가슴 중

‘새를 사랑한다는 말은 새장을 마련해
그 새을 붙들어놓겠가는 뜻이 아니다.
하늘 높이 훨훨 날려 보내겠다는 뜻이다.’
- 시집 p.30.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연애 중인 사람이든, 이별 중인 사람이든, 혹은 나처럼 결혼 후인 사람이든, 꼭 사랑이란 이런 것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보길 바랍니다. 오랜만에 이 시를 다시 읽고 나의 배우자를, 그리고 작은 인격체인 나의 아들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나 아직 너무 어린아이들을 그동안 너무 통제했던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잘못된 사랑 표현이었습니다. 이제는 독립된 사람으로 더욱 사랑해주어야겠습니다.

‘내 사랑은 소나기였으나
당신의 사랑은 가랑비였습니다.
내 사랑은 폭풍이었으나
당신의 사랑은 산들바람이었습니다.
그땐 몰랐었지요.
한 때의 소나긴 피하면 되나 가랑비는 피할 수 없음을.
한 때의 폭풍이야 비켜가면 그뿐
산들바람은 비켜갈 수 없음을.’
- 시집 p.58 사랑의 우화

그런 속담이 있습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소리 없이 나에게 스며드는 사람이, 사랑이 제일 무서운 법이지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며들었고 젖어버려서 피할 수 조차 없던 사랑. 참 아프면서도 아름다운 시입니다.
이정하시인의 시는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제가 읽기에도 정말 쉽고 좋습니다. 서정적이고, 부드럽게 흘러가는 말들이 가슴에 확 와닿습니다. 어렵지 않아서 술술 읽히지만 길게 여운이 남습니다. 약 6년여 만에 다시 꺼내 본 시집인데 여전히 좋습니다. 다시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읽을 때에는 또 다른 느낌일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 시집을 포스팅하기 위해 이정하 시인에 대해서 찾아보다가 한 인터뷰 글을 읽었었는데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겨워서 안타까워요. 너도 눈부시고, 나도 눈부시면 안 되나요? 질문이 너무 웃기죠?”
시인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너도 눈부시고, 나도 눈부시면 정말 아름답겠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시가 필요 없겠죠. 시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읽는 거거든요.”

무조건 이별한 사람들, 우울한 사람들이 시를 읽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 공허함, 슬픔 한 조각 없는 사람들은 이런 시에 공감하기가 어려울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많지 않겠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한이 많은 나라라는 우리 한국은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가 봅니다. 오늘도, 앞으로 다가오는 내일도 시처럼 사랑하고, 이별하며 또다시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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